본문 바로가기

트루라이즈

난 나이롱환자였다

플롤로그

2007년 2월 1일 오전 12시 57분


공채 동기들과 닭볶음을 맛나게 해치우고


일터로 복귀중 때마침 걸린 신호대기중이었다.


돌아가는 길 옆이 작년 여름내내 배스를 부지기수로 뽑아냈던


금천 저수지 이기때문에 잠깐 차가 멈춘틈을 타


저 저수지는 고기가 어쩌고 저쩌고 나발나발 대는 찰나


쿵!!!

파작!!!

뭔가 심하게 아주 심하게 우리가 탄 차의 후미를 그대로


후려 박아버렸다.....


뒤에 타고 있던 3명의 동기들은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고


나는 모 씨에프 마냥


목을 부여잡고 차에서 내렸다...(조수석 탑승)


진짜 심하게 받아서인지 목과 가슴이 많이 아픈상태였다.


믿어주셔야만 한다... 


-_-;;;


암튼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내머릿속에선


그러니까 신호대기중이었지


보험처리 하면 100프로겠군


합의금으로 80이상은 따놓은 당상이야 으흐흐흐흐


아니지 아니지


난 절대로 목이 아파서 부여잡고 아무생각없이


조수석에서 내렸을 뿐이다..


믿어주셔야 한다...


-_-;;


동승했던 5명중 이미 2명은 이렇게 해서 합의금을 타본 까라가 있는지라


이후의 일은 아주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폰카의 메모리가 모두 소진될정도로 사고현장의 사진을 찍었고


우리쪽 보험사가 오기전까지는 일체 차를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이 인적이 뜸한 곳이라서 그런지 차량흐름도 원활했고


사고의 흔적도 명확하게 나타났다...


전직 운전요원으로서 저정도의 스키드마크라면 시속 100이상은 밟았다는 소리인데....


우리쪽 차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어놓았더라면


후미 파손이 심각할 정도였다....


다행이 차가 6미터쯤 밀려나서 큰 사고가 안났다는게 보험사 직원의 말이다....


암튼 100프로니 치료차 그날로 모조리 근처 병원에 입원,


지금부터 지난 5일간의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으흐흐흐흐흐



에피소드 1 - 나이롱환자



입원이라는 걸 첨해봤다.


뭐 병을 병같이 생각안하는 내자신탓도 있겠지만


그 흔한 맹장염한번 안걸려봤다...


실제로 초딩때는 맹장염 걸려 학교를 안나오는 친구들


엄청 부러웠다... -_-;;;


그런 부러움을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할수 있다니....


감개 무량해지는 순간....


일단 상사들에게 몽땅 보고를 하고


피뽑고 심전도 검사하고 엑스레이찍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록 며칠 동안이지만


지상최대의 낙원을 즐겨보자는 심산으로


각자의 준비물을 준비한채


갈비를 먹었다.....


-_-;;


갈비를 먹은 이유는


단지 병원근처에


호동이숯불갈비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5인분이나 먹었던건


앞으로 병원밥을 먹을생각하니


실컷 먹어둬야겠기에....


술도 한잔씩 하고 -_-;;


암튼 많이 먹긴 했다... -_-;;


병실에 입실!!!



환자복을 입은 서로를 보며


미친듯이 웃어댔다...


특히 나를 보는 인간들의 눈은


'넌 벗긴 비늘을 다시 꽂은듯 해!!'


라고 말하는듯.....


-_-;;


제길슨 내가 어딜봐서.....


거울을 보니 그럴만도 하긴 하다....



에피소드 2 -변비


우리의 생활은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 그지없을 정도로


먹고자고 보고 먹고자고 보고 를 반복하는 생활이었다......


일단 노트북담당이 노트북을


이동식 하드 담당이 각종 영화를


게임 담당이 PSP를


그리고 나머지는 문병인을 섭외하기로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병원밥


이거 진짜 못먹겠기에


난 대놓고 단식투쟁을 했다...



실제로 내가 먹은 병원밥은 단 2끼......


나머지는 문병인이 놓고간 과일과 음료수로.......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미에로화이바만 마시고 있을때도 있었고


하루종일 귤만 까먹고 있을때도 있었구나....


-_-;;;


그리고 밤마다 찾아오는 문병인들.....


그들의 손에 들려오는 보쌈, 통닭, 피자, 김밥, 떡볶이, 순대 등등등


그리고 맥주, 산사춘, 소주, 백세주 등등등등


이런걸 쳐먹어댔으니


똥꼬가 안막히면 그게 이상할일.....


난 3일째 input만 했지 output이 안되는



환장할 상황에 직면했다...


심지어 간호사가 내가 잘때 내똥꼬에 마데카솔이라도 바르고 간줄 알았따...


진짜 바나나가 변비에 좋다하여



하루내내 원숭이가 형님할정도로 바나나를 먹어댔지만.....


내똥꼬는 묵묵부답......


3일이 지나니 피부에 뾰루지가 올라오고



혈색이 정말 환자마냥 변해갔다....


-_-;;;;



도저히 안되겠기에


간호사 언니에게


'저기요 저 막힌것 같아요'


'네?'


'막힌것 같다니까요.... -_-;;


뚜레펑 마냥 시원하게 뽑아낼 약좀 주세용'


'-_-;;'


하지만 간호사언니는


나같은 환자가 자주 있는지


이내 오줌색 노란통을 가져다 주며


하루에 3회 나눠먹으라고 줬다.....


이 꽉 막힌 똥꼬를 뚫어내기 위해서는


무슨 수라도 써야겠기에


그 비호감 맛인 오줌색 시럽맛 액을 먹었다.....


!


!!


!!!


반응은 확실했다...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내장들은 비상벨을 울리며


난리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막 가스가 피식 피식 거리고  


어여 빨랑 화장실로 가라는 신호를 마구 마구 보냈다...


이야



이약!!


이거


이거


나중에 한병 얻어가야겠는걸.......


난 진짜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오랫동안 변기에 걸터 앉아


모든걸 다 쏟아냈다......


좌변기가....



꽈아악 찰 만크음.......



지금 뭐드시는 분들.......



미안하다


-_-;;;






에피소드 3 -like 환자(의역: 환자마냥)


나이롱환자도 꼴에 환자라고


왠 문병을 그리도 오는지



각 부서 처장부터 시작해서



실장 이하 직원들이 모두 왔다갔다....



뭐 먹을게 많아져서 좋긴 한데



이거 나이롱환자라고 티를 낼수도 없는일



올때마다 표정관리 이거 영판 힘든게 아니었다...


뭐 그중에 똘똘이스머프라는 동기의



표정연기가 일품인지라(곧 죽어가는 연기가 가히 헐리우드급임)


그냥 나는 목만 만지작 거리면 무사통과였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한지라



나는 입원날 부터 양치를 제외하곤



일체 물을 안만졌다...-_-;;;



뭐 세수고 샤워고 생략했더니



머리는 까치가 내둥지 내둥지 할만큼 산발에다



피부 또한 거칠거칠(이건 에피1의 변비도 크게 한몫)




한 2일후부터는 진짜 환자마냥 변하긴 하드라.....



방문했던 문병인들 마다


'강선생이 젤 많이 아퍼보여'


'얼굴이 말이 아니군... 몸은 좀 괜찮아?'


이럴땐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목을 만지작 만지작 하는게 쵝오......



암튼 먹은걸 막 흘는 바람에 옷이 무쟈게 지저분 해져서리


중환자에서 노숙자로 변신하기전까지는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드랬다...








에피소드 4 - 주침야활


그야말로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었다...


기상시간은 낮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이고


취침은 뭐 새벽 4시나 해뜰때 잔적도 있을정도니......


그럼 그시간에 뭐했냐?


첨엔 건전했다....


황후화, 클릭, 아포칼립토, 아버지의 깃발, 블러드다이어몬드를


다보기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받아간 미개봉작 영화를 다보고



가져간 미드를 다보고


마본좌가 휘졌는 스타리그를 다보고


OCN에서 한 30번은 한듯한 반지의 제왕을 다본후엔.....


고스톱밖엔 없었다..... -_-;;;



첨엔 쩜 10으로 건전하게 시작하다



시간이 깊어갈수록


인생한방을 외치며



쩜 500까지 가드만



단판 만원짜리 도 서슴찮게 벌어졌다....



근데 욱긴건



돈딴넘한테 개평을 너무 심하게 요구했던지라




개평주고 남으면 본전




그럼 그담날 또 그돈을 파이팅




그리고 돈딴넘에게 개평을 뜯고



또 그담날.......



아 몇천원이라도 짱박지 않았다면



이 끝없는 메비우스에 띠에서 벗어나지 못했을터.....


그래도 뭐가 그리 잼나게 쳤던지


밤에 간호사한테 두세번 주의를 들은것 같다......


-_-;;;



에필로그


오늘 보험사에서


합의를 보자며


우리병실을 방문했다....


이미 합의를 해본 두명의 직원


거의 보험사 직원이 돈을 다 토해내지 않으면


낼부터 이병원에서 할수 있는


모든 검사 심지어 유전자 검사까지 다하겠다라는


협박아닌 협박을 했던터


예상치 합의금을 뜯어낼수 있었고


(참고로 전라북도는 하도 이런 나이롱환자가 많기때문에
운전자 보험료가 높을 뿐더러 합의금도 대체적으로 낮게 책정되있다는....
한마디로 건들어도 병원에 들어눕는 곳이라서 일하기 무쟈게 팍팍하다고 함 -_-;;)


우리는 아주 말짱하게


퇴원 후 또 병원앞에 있는 호동이 숯불갈비에서


갈비를 먹었다.....


흐흐흐흐흐흐흐


그나저나 저눔의 합의금땜에 내등에 붙은 지름신을

어떻게 떼어내야 할지 고민이다...


벌써부터 22인치 모니터가 자꾸 내눈에 치이는 바람에


눈깔을 뽑아내고 싶은 정도....


마이너스 통장 땜질할라믄 이런사고 예닐곱번은 더나야 하는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