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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라이즈

토고전

나에게서 월드컵이란 무엇인가?
2002년 남들은 응원의 열기에 휩쓸려
옆의 처자를 얼싸안았네, 껴안다 보니 어느새 내손엔 술잔이들렸고
그러다 보니 내손은 그녀의 손을 오랫동안 잡고 있었네 라는 초염장질을 해대는 통에
그시절 취업준비에 한참인 나로서는 아주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생각해 보라
쟈철을 탔더니 쟈철의 모든 사람들이 붉으작작인데
나만 우울하게 검은색 티셔츠를 걸치고 있었던 모습을....

이건 반동수준에 인민재판감이었었더랬다.
그래서 올해는 만반의 준비를....

했을리 만무하다. -_-;;
대충 일 마무리 하고, 퇴근길에 근처 마트에 들러 맥주피처 5개랑
새우깡, 썬칩, 오징어땅콩을 집어들고 가까운 친구네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이런 지구상에서 두번째 우울한넘 -_-;;
사각빤스차림으로 날 맞이하는 그넘의 머리에는
빨갖게 불이 들어오는 붉은악마 머리띠.....
나이 30쳐먹고 참 우울한 인생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은 너무나 부러운 데코레이션이었다. -_-;;
이런 센쑤쟁이....

암튼 담배를 하도 피워대서 갸네 엄니의 엄명으로 한쪽 골방으로 쫒겨나긴 했지만
널찍한 LCD모니터와 온갖 응원도구(그래봤자 구슬집어넣은 PT병과 월드컵 기념품으로 산 나팔-_-;;)
그리고 맥주한잔.... 캬아아아아아아~~
근데 그방 덥긴 덥더라. 담배냄새때문에 문을 못열고 방안에서 선풍기만 돌리고 있으니
당연히 덥겠지... 토고전의 우리선수들 이해가 흠씬 가는 순간이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우리는 맥주를 주거니 받거니~~~~

- 야 이길꺼 갔냐?
+ 이겜 분위기가 안좋다
- 예상스코어는?
+ 2:1 한국패.....

그런데 갑짜기 한국 수비 우물쭈물하다 상대방 공격수를 떨군다.
사이드에서 날리는 슈팅.....
이운재 몸을 날리지만 가망없어보이고....
팀가이스트는 골대를 맞고 골문으로.....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입에선 주절주절 신문선 마냥

+ 씨발 졌어 졌어 꼴대맞고 들어갔으면 날센거야
- 한국 여전히 수비 불안이란 말이냐?
+ 이씨발넘아 이순간에 그런 스포츠좆선같은 소리가 나오냐?
- 야 진짜 지면 어떻하지?
+ 날샜어 씨발 술이나 쳐먹어 -_-;;

아 역시 우리나라는 안방호랑이란 말인가?
그동안 4년을 어찌 참았는데 어흑흑흑흑
친구와 분노와 허탈의 술잔을 기울이며 전반전을 끝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벌써 내가 사간 맥주는 빈 PT병으로 방바닥에 나뒹굴었다.
아 이대로 일본이랑 사이좋게 독일 관광이나 해야 한단 말인가?

후반전 시작과 함께
급격히 몰려오는 취기때문에 그넓은 20인치 모니터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당췌 초점을 잡을수가 없기에 양반들 시조하듯 몸이 사방으로 흔들거렸다.
뭐 친구는 벌써 반쯤 들어누었다.
근데 갑짜기 프리킥인가 패널티킥인가 뭔가 찬다고 아나운서가 궁시렁 궁시렁
술이 취하니 소리도 잘 안들리고....
어렴풋이 이천수 슈웃까지는 들렸는데.........
-_-;;
-_-;;
@_@;;
헉 근처의 아파트에서 일제히 와아아아아아 하는 소리가.....
몸뚱이를 흔들던 나와 반쯤 디비져 있던 내친구
술이 확깸을 느끼고 나발을 불고 벗어재꼈던 붉은악마 머리띠를 꼈다.
그리고 힘차게 '혀컴' '혀컴' '혀컴' '혀컴' '혀컴' 을 외쳤다.

워...
술이 확깬다.
거기다 언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서도 한명 퇴장이란다.
하늘만큼땅만큼 지성이 관광보냈단다.

우린 너나 나나 할껏없이
'그렇다면 수사는 원점으로...'를 외치며 피리불고 개난리를 쳤댔고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초점은 안맞지만 공격이 전반 보다 훨씬 나아진듯 싶었다.
점유률이 토고를 앞선다.
뭔가 하나 할것 같은 분위기
그렇다 이럴때 뭔가 하나 해줘야만 한다.
엥? 근데 안정환은 언제 들어온거냐?
어 어 어 어 ~~
안정환이 왜들어왔는지 곰곰히 생각할 찰나
안정환 슈웃
@_@;;;
아아아아아아아악
두번째 골
이런 미치고 환장할 일이....
이번엔 이번엔 아파트 창문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나팔불고 소리지르고....
근데 앞동도 옆동도  아랫집도 우리같은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일제히 동네가 아아아아아아 골인을 외치는 그 장관이란....

우린 나가야 한다.
밖으로 나가서 서로 얼싸안고 기뻐해야 한다.
라는 일념으로 밖으로 나갈라고 했는데....
이미 다리가 풀릴대로 풀려 신발도 제대로 못신는 상태
친구의 엄니께서는
뭔 염병나서 술쳐먹고 소리지르냐고 우리를 파리채로 후려 갈기신다.
으흐흐흐흐 술먹어서 그런지 하나도 안아프다
일단 쓰리빠 비스무리한걸 오른발인지 왼발인지도 모르고 막 신고 나갔다.
거리가 난리다. 사람들 죄다 나와서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아 일단 가로등이고 네온사인이고 빙빙 돌고 있지만 막 따라 외쳐본다.
근데
나팔불며 따라오던 내친구 안보였다.
한참을 찾아 다니다 거리 한귀석퉁이에서 오바이트를 하고 있는 넘을 찾았다.
이미 나팔은 오바이트로 범벅이 된상태....
나팔을 하도 불었더니 분노의 역류가 되더란다 -_-;;

암튼 우리는 술한잔을 더하며 이기쁨을 느끼자고 했지만
쓰리빠만 끌고왔지 돈을 안가져왔던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오긴 왔는데
이 술이라는게 갈수록 더 취기가 쌓이는바
집에 도착할때쯤 되니 내정신이 아니더라
분명 쓰러지긴 거기서 쓰러진걸로 기억나는데
눈떠보니 우리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