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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라이즈

프리스타일

내앞의 수비는 슈팅가드
당연히 우리편 포인트가드를 마크하려
대각선으로 가로지를것이다.
센터는 발이 느리기에 골밑 수비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이 발업을 해놔서 제빨리 골밑으로
드라이브인을 할수 있을것 같다.
남은 시간은 4초
점수는 22:21 1점차 상황에서 우리편의 마지막 공격!!
포인트가드에게 빠른 패스 부탁한다고 귓말을 넣었다.
시작과 동시에 재빠르게 골밑으로 달려간다.
예상대로 내앞의 슈팅가드는
대각선의 포인트가드를 마크하러 자리를 내주고
나는 공을 받자 마자
재빠르게 드리블을 시도...

그녀와의 자리
이미 식을대로 식은 커피는
어색한 자리를 잘 말해주는듯 했다.
더이상 그녀의 입에선 나올말이 없는듯 하다.
그녀가 입사한지 얼마 안된 직장을 가볍게 털어버렸을때
예상했어야 했는데 ...
그녀는 늘 그랬듯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정도 돈이 모였다고 했다.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첨엔 농담인줄 알았다.
그래서 가끔씩 비슷한 말이 나올때마다
실실쪼개며 나도 데려가라고 장난으로 받아쳤다.
그녀의 가방 사이로 삐져나온 토플관련 자료를 봤을때도
이직을 위한 영어공부라고 생각했었다.
비자 신청때문에 하루내내 줄을 서있었다고
투덜 댈때라도 알아차렸다면....
그녀에게 무슨말을 하고 싶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난 겨우 겨우 떨어지지 않는 입을 벌려
안가면 안되냐고 물었다.

나의 빠른 드리블은 보기좋게 통했고
상대방에서 센터보다 약간 발이 빠른 스몰포워드는
가까스로 내앞을 가로막았지만
1:1은 자신있었기에 A키와 방향키를
적절히 조합해 스몰포워드의 다리를 순식간에 풀리게 만들고
마지막 덩크를 날린다.
드라이브인 후 덩크는 소름이 끼칠정도로 멋있다.
전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액션....
스피커에서 흐르는 흥분된 목소리
슬래엠 덩크~~~

하지만 공은 림을 맞고 보기좋게 튕겨 나갔다.
아무리 슛의 성공률이 랜덤이라지만
덩크가 튕겨 나갈줄이야....

그녀가 떠나던 날
공항은 가지 않았다.
밤새 마신 술이 깨지 않아서도 아니다.
눈이 팅팅 부어서도 아니다.
속이 너무 쓰려서도, 술김에 벽으로 날린
주먹의 껍데기가 홀라당 벗겨져서도 아니다.
사실 그날 그녀와 헤어지면서
오늘이 마지막이냐고 물었더랬다.
말이없자 재차 나는 마지막이라면
오늘밤 나랑 같이 있자고 했더랬다.
만난지 1년이 되도록 혹여나
상상속에서라도 범할까 조심조심했지만
난 될대로 대란식의 씨부렁거림을 뱉고 말았다.
'그러자' 는 그녀의 서스럼없던 말...
순간의 정적
다리에 힘이 풀려온다.

겜은 그렇게 1점차 박빙의 승부를 보이며 끝났다.
ㅅㄱ라는 글이 하나씩 올라올때마다
나는 죄송하다 미안하다라는 말만 써댔다.
쓰다보니 열이 받아 자판을 집어 던져 버렸다.
드라이브인이 먹혀들었는데
그이후에 블러킹할 선수도 블러킹타임도 힘든
터닝 덩크였는데 림을 맞고 튀어나오다니...
어떻게 그럴수 있지?
어떻게.....

그녀를 만나기에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과의 과대에게 잘되면 술이 석잔이란 말로
나에 대한 정보를 흘려주라고 했을때만 해도
그녀를 만난다는건 꿈같은 일이었다.
과분하기도 했었다.
이미 그녀에게 들어간 대쉬가 몇건 있었다고 하니
하지만 난 미리 소주 한박스를 안겼고
성사된후 두박스 더 간다고 단도리를 시킨덕에
그녀를 처음 만날수 있었다.
나를 만나러 온 첫날 입었던 노란색 후드는
내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토록 노란색이 잘어울리는 여자도 없었을테니
난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별로 기분나쁘지 않았다.
평생 그녀를 볼수만 있다면
그어떤것도 할수 있을거라 확신에 차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더이상 그런
부질없는 믿음은 버리라고 했다.


D
이번게임에서 내가 받은 점수이다.
10득점이상 기록한것이 F를 면하게 한모양이다.
오늘은 게임이 안되는 날이라 스스로 자위해 본다.
살다보면 이런날이 있겠지 하며
애써 담배 하나를 물어보지만
이런 담배맛은 무척이나 쓰다.
그녀가 가버린 텅빈 골목길에서 피웠던 담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