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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라이즈

냉장고

정전이었나 아님 드뎌 고물탱탱이 운명을 다하셨나
아무튼 내방 한귀퉁이를 차지하고있는
냉동냉장이 한꺼번에 달린 one도어 냉장고는
밤새 냉동칸 전체를 덥고 있던 얼음덩이를 천천히 녹였더랬다.
나의 기상시간을 약 2시간 앞당긴 이망할넘의 냉장고.....
벌써 이불의 반절, 그리고 나는 빤쓰까지 젖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쩝 덕분에 그동안 두터운 얼음으로 전혀 사용치 못했던 냉동칸을
다시 쓸수 있는 잇점이 생겨 좋긴 하지만
쉰새벽에 수선스레 걸레질 하는 내꼬라지가 참 처량했다.

냉장고,
냉장고라.....
난 냉장고에 대한 아주 특별한 기억이 있다.
암울하고 고민많았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꼴에 공부좀 해보겠다고 무던히도 깝쳤지만
역시 공부는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_-;;;
특히 가장 취약한 외국어
영어, 독일어, 한문(뙈놈의 문자이니 반문하지 말길 내가봐서는 한글 아닌건 다 외국어다 -_-)
이눔들은 거의 지뢰와 같은 존재였다.
아마도 2학기 중간고사라 기억된다.
둘쨋날 영어시험시간, 나름대로 참고서도 보고 문제집도 풀어본 까라로
총 40문제중 반절은 그만그만하게 풀고있었다.
근데 30번대 진입을 앞둔 가운데 나타난 주관식 문제...

예문 (당근 영어로 써있었다.)

원시인들은 음식물이 상하는것을 막기위해 시원한 블라블라
이것에 사용되는 프레온가스는 오존 블라블라블라...


앗싸! 정답 냉장고

딩동댕도도도도도도도.....-_-;;;;

냉장고가 영어로 뭐였지?

냉장고?

얼음이 아이스이니까 냉장고는 ???

젠장 도무지 냉장고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를 어째?
안그래도 한문제가 아까운 영어시험인데
이건 거의 여인네의 브라는 훅을 따야 벗겨진다는것을 알지만
앞에서 따야 하는지 뒤에서 따야 하는지 모르는
아주 환장할 상황이 되어버린것이다.

그후의 상황은 아주 긴박하게 전개되었다.
시간이 얼마 없어 일단 그문제를 재껴두고 나머지를 풀어야겠다 맘먹었지만
도무지 머리위를 둥둥둥 떠다니는 냉장고 땜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래서 안되겠다라는 생각에 대강 남은 문제를 풀고
냉장고에 집중하기로 맘먹었다. -_-;;;
왜 인간이 사소한것에 목숨을 거는지 그때 알았다.

아 냉장고, 냉장고가 뭐였더라?
젠장 인자 5분남았는데 내머리속에는 냉장고 아이스 밖에 생각이 나질않았다.
그때 문뜩 떠오르는 단어 얼다 얼리다!!!
아 맞다 얼다 얼리다 라는 단어가 프리즈인가 프리져인가 였던걸로 기억된다.
프리져!!
그래 냉장고는 프리져 모시기인데.....-_-;;;;
아 분명 훅은 뒤에 있는데 이번에 이중훅인지 삼중훅인지 모르는 상태!!
프리져 프리져 프리져 프리져 프리져 프리져 .....
너무 프리져에 집중하다 보니
드래곤볼이 생각났다. -_-;;;
아이고 이를 어째 인자는 냉장고 아이스 프리져 드래곤볼이 막 짬뽕되면서
막 수렁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남은시간 2분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시간
냉장고 도저히 모르겠다.
분명 내가 아는 단어이건만 지금 생각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아 잘가라 나의 영어점수 2.5야 흑흑흑
그리고 난 그 주관식 문제에다 이렇게 적었다.

auto icebox

며칠후 문제풀이및 성적을 불러주던날

영어선생: 23번 정답 refrigerator다
(흑흑흑 잘가라 냉장고야.......)
그리고 전교에서 딱 한명이 이답을 썼는데
이것때문에 영어선생님들 회의하셨다.
그래도 사전에 나온 단어이기때문에 icebox도 맞는걸로 해준다.

겔포스 : 선생님 앞에 auto 쓴사람도 맞았다고 해주나요?
영어선생: 전교 한명이 너니 맞겠지.....

오호 베이베
이럴수가 오마이갓
나는 입에서 영어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하늘을 날아갈것 같았다.
그짧은 순간 얼마나 많은 번뇌를 했던가
비록 그문제땜에 그 담문제부터는 소나기 세례였지만
한문제를 가지고 끝까지 노력하면 안된다는걸 보여주는..... 아 이건 좀 오바다 -_-;;;


그일 이후 난 한동안
매점갈때마다 사방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쟤라며? 오토아이스박스?'
'저기 오토아이스박스간다'